왜일까.. 갑자기 눈이 보고싶어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전라도에 눈이 많이 온단다.
무작정 호남선 기차를 타고서는 멍하니 달렸다. 덜컹덩컹.

아무런 생각없이, 아무런 느낌없이 그냥 창밖을 쳐다본다.
흘러가는 풍경 속에서, 나는 한동안 시간을 멈추고 있었다.
마냥 정지해 있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다시 빠른 속도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미 기차는 장항역에 진입하고 있다.

썰렁하다. 나를 반겨주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아는 사람도 전혀 없는 도시.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멍하니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는 군산으로 넘어와서는 배를 타겠다고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서는 연안여객터미널로 갔다.

그렇게 눈이왔는데 배가 뜰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건 상관이 없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기도 했었으니깐..
여객 터미널이 꽤나 외진 곳에 있어서 시내쪽으로 나오는 차가 전혀 없었다. 일단 걷기 시작했다.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서 발목사이로 눈이 스며든다. 춥다. 발에 감각이 없다.
그런데도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들, 풍경들을 봐서일까..


이제 또 겨울이 다가온다.
7년이 훌쩍 지나버린 이번 겨울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